집이 땅속으로 꺼질까 봐 걱정이라면 높은 빌딩들에겐 걱정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것. 

 

진정한 마당발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 볼 때마다 놀랍다.

마천루의 높이는 밑넓이의 몇 배나 될까?

10배? 15배? 20배? 그보다 더? 그런데 놀랍게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조차 높이가 좀처럼 밑넓이의 일곱 배를 넘지 않는다. 

 

마천루의 비밀은 우리가 그 넓적한 ‘발’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폭 100m에 높이 380m다.

높이 대비 너비 비율이 4:1에 불과하다.

그렇게 훤칠해 보이는 에펠탑도 비율이 고작 2.4:1이다.

두 다리를 엄청나게 넓게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리를 벌리고 섰을 때 우리의 ‘밑폭’은 30~50cm 정도다.

‘고층 건물’ 기준으로 봤을 때 4~5:1의 비율이다.

이런 경계를 허무는 정말로 놀라운 마천루가 있기는 하다.

하이클리프라고 불리는 홍콩의 초고층 주거용 빌딩은 20:1이라는 가공할 비율을 자랑한다.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마당발만으로는 힘들고, 공학적 기발함이 함께 해야 빌딩이 바로 서 있을 수 있다. 

 

흔들리는 마천루 

마천루가 환상적인 진짜 이유는 그들이 꼼짝 않는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바람의 속도는 땅에서 높아질수록 극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하늘로 0.5km나 솟아 있고, 동시에 직립이 가능할 만큼 널따란 빌딩은 지나가는 돌풍의 매우 매력적인 타깃이 된다.

발은 땅에 꼼짝없이 박혀 있는데 엄청난 힘(바람)이 계속 수평으로 가격한다면? 빌딩 전체가 거대한 레버처럼 작동해서,

제대로 강한 바람 한 방이면 이론적으로 빌딩이 반으로 쪼개지거나 나무처럼 뿌리가 뽑힐 수 있다. 

 

그렇다면 빌딩을 어떻게든 최대한 단단하게 고정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흔들리는 빌딩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직관적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비스킷과 젤리를 수직으로 세워놓고 흔들었 을 때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

그래서 마천루들은 일부러 젤리처럼, 위험한 바람에 비교적 천천히 흔들거리게끔 설계한다.

예를 들어 예전의 뉴욕 트윈타워는 꼭대기가 섬뜩하게도 1m나 오락가락했고,

타이페이 101(최근에 지어져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대만의 마천루)은 60cm 폭으로 흔들렸다.

이들에 비해 한참 오래되고 현저히 낮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진동 폭은 훨씬 작은 8cm 정도다.

 

천천히 흔들리기 

중요한 것은 건물이 얼마나 많이 흔들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흔들리느냐다.

마천루는 진자시계처럼 예측 가능한 주기로 왔다 갔다 앞뒤로 흔들린다.

시카고의 존 핸콕 타워의 진동 주기는 8.3초다(시계의 똑딱 소리보다 약 여덟 배 느리다).

이보다 진동이 빠르다면 빌딩 안의 사람들은 멀미를 할 것이다.

마천루가 넘어지지 않는 것은 마천루가 바람과 지진을 만나 진자처럼 흔들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딱 진자처럼, 그 진동이 에너지가 소진됨에 따라 점차 잦아들어 빌딩이 다시 한 번 굳게, 우뚝, 서 있게 된다.

 고층빌딩 바람.jpg

 

타이페이 101의 방진 설계 509m의 마천루 타이페이 101 내부에는 동조질량감쇄기tune mass damper라고 불리는 730톤의 거대한 쇠공이 매달려 있다.

빌딩이 바람에 흔들릴 때 진동을 흡수하는 댐퍼(제동기)로 기능하는 장치다.

이 끝내주게 무거운 댐퍼는 88층과 92층 사이에 유압 램들로 느슨하게 고정돼 있으며,

강풍이 빌딩을 칠 때 바람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위 그림에 과장해서 표현돼 있다) 최선을 다해 제자리를 지킨다.

즉 자동차 충격흡수장치처럼 빌딩이 흔들리면 유압 램을 잡아당겨 진동의 김을 빼고, 빌딩 안 사람들의 멀미를 막아준다.

 

[출처] 반니 : 우리는 물리로 세상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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